국립현대미술관, MMCA 과천 상설전《한국근현대미술 II》개최
◇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조명하는 과천관 대규모 소장품 상설전 2부
- 김환기, 박생광, 박서보, 박이소, 서세옥, 윤형근, 안규철, 이불, 이성자, 이우환,
최욱경 등 한국근현대미술 대표 작가 70여 명 작품 110여 점
- 이건희컬렉션 17점 포함 195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주요 소장품 공개
◇ 사운드와 향기로 더욱 몰입감을 높인 ‘김환기, 윤형근 작가의 방’
- 정재일 음악감독 협업 플레이리스트와 특별 제작 공간향으로 몰입 경험 제공
◇ 6월 26일(목)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 4 전시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한국근현대미술의 역사와 정체성을 조명하는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I》를 6월 26일(목)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김환기, 〈론도〉, 1938, 캔버스에 유화 물감, 61×71.5cm,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국가등록문화유산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집중 조망하는 이번 상설전시는 지난달 앞서 개막한《한국근현대미술Ⅰ》에 이어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근현대미술 주요작품 110여 점을 소개한다. 김환기, 박생광, 박서보, 박이소, 서세옥, 성능경, 윤형근, 안규철, 이불, 이성자, 이우환, 최욱경 등 작가 70여 명의 작품을 통해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 등 격동의 시기를 거치며 변화를 거듭해 온 한국근현대미술사를 살펴본다. 또한 《한국근현대미술Ⅰ》에서 41점, 《한국근현대미술 II》에서 17점까지 과천관에서만 총 58점의 이건희컬렉션을 대규모로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류경채, 〈폐림지 근방〉, 1949, 캔버스에 유화 물감, 94×129cm
전시는 김환기, 윤형근을 집중 조명하는 2개의 ‘작가의 방’을 포함해 총 11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김환기의 삶과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조향된 공간 향과 윤형근의 작품 세계와 공명하는 사운드를 전시 공간에 함께 선보이며, 시각뿐 아니라 후각과 청각을 통해 두 거장의 작품 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정부 수립과 미술’,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 등 한국근현대미술사를 역사의 흐름과 더불어 사회, 문화적 관점으로 서술하는 소주제를 통해 통상적인 미술사에서 놓치기 쉬웠던 작가와 작품을 재조명한다. 작가의 방은 1년 단위로 교체되며, 일부 소주제 공간의 작품도 교체하여 한국근현대미술사를 폭넓게 조망할 예정이다.
1부 ‘정부 수립과 미술’에서는 해방 이후 국가 주도로 추진된 대한민국미술전람회(약칭 국전)의 수상작을 중심으로 미술 제도와 화단의 다양한 흐름을 살펴본다. 국전은 1949년을 시작으로 6·25전쟁으로 중단된 뒤 1953년 재개되어 1981년 제 30회까지 이어졌다. 류경채의 <폐림지 근방>(1949)은 국전 초대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전후 폐허가 된 대지를 사실과 추상이 공존하는 감각적 표현으로 담아냈다. 안상철의 <청일>(1959), 박노수의 <선소운>(1955)은 국전 체제 안에서 한국화의 전통적 어법을 현대적으로 변형하려는 여러 시도들을 보여준다. 한국미술의 새로운 리얼리즘을 개척한 작품이란 호평을 받았던 김형근의 <과녁>(1970)도 선보인다.
문우식, 〈무명교를 위한 구도〉, 1957, 캔버스에 유화 물감, 142.5×98.5cm
2부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에서는 195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모더니즘 회화의 흐름을 조명한다. 이 시기 작가들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서구 현대미술의 영향을 받아 현실과 내면, 감성과 구조를 결합한 새로운 조형 언어를 탐색했다. 문우식의 <무명교를 위한 구도>(1957), 이봉상의 <푸른 여인>(1959), 권옥연의 <토기>(1964), 권진규의 <코메디>(1967) 등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던 작가들의 조형 실험에 주목한다.
3부 ‘추상미술의 확산’에서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현대성과 전위성을 표방하며 한국미술의 주요 경향으로 자리 잡았던 추상미술의 흐름을 살펴본다. 앵포르멜 회화의 대표작으로 생명의 근원적 에너지를 표현한 박서보의 <원형질 1-62>(1962), 산업화의 시각화를 통해 모더니즘 회화의 본질을 탐색한 이승조의 <핵 No. G-99>(1968) 등 기하학적 추상 회화를 비롯해 박석원의 <초토>(1968), 송영수의 <생의 형태>(1967) 등 철이라는 재료를 통해 시대의 불안과 인간의 감정을 형상화했던 조각 작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박서보, 〈원형질(原形質) 1-62〉, 1962, 캔버스에 유화 물감, 163×131cm
4부 첫 번째 작가의 방 ‘푸른 여백, 마음의 풍경: 김환기(1913-1974)’에서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시기별로 조망한다. 초기작 <론도>(1938)는 음악적 리듬과 형태의 실험을 보여주는 추상 회화로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 작품이다. 산과 달, 구름, 나무 등을 절제된 색면과 점, 선의 간결한 조합으로 표현해 한국적 감수성을 담아낸 파리 시기(1956-1959) 대표작 <산월>(1958), 반복되는 점과 푸른색의 화면을 통해 한국적 서정성과 여백의 미를 구현한 뉴욕 시기의 대표작 <새벽 #3>(1964–1965) 등도 함께 소개한다. 김환기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 제작한 공간향(수토메 아포테케리 협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이 공간에서는 시각적 리듬감, 조형성과 함께 후각으로도 김환기의 작품 세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했다.
5부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에서는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에서 주변화되었던 여성 미술가들의 실험과 시도를 재조명한다. 이성자의 <극지로 가는 길 83년 11월>(1983), 방혜자의 <정기>(1969), 최욱경의 <환희>(1977), 심경자의 <별전>(1973) 등은 자연, 생명, 감정, 기억, 내면과 같이 감각적이고 상징적인 주제로 추상의 세계를 구축한 작품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김정숙, 윤영자, 김윤신의 조각과 이신자, 박래현의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을 확장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박이소, 〈삼위일체〉, 1994, 종이에 커피, 콜라, 간장을 섞은 용액, 131×101cm
6부 ‘행위, 사물, 개념: 전위미술의 실험들’에서는 신체, 행위, 사물, 자연 등 새로운 매체와 형식을 실험하며 미술의 영역을 확장했던 1960–70년대 작가들을 만난다. 이승택의 <바람 연작 드로잉>(1971), 곽인식의 <작품 63>(1963),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 76-1(뒤에서)>(1976)을 포함해 곽덕준, 강국진, 이강소, 성능경, 박현기 등 한국 실험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작품들이 소개된다.
7부 ‘한국적 추상의 모색’에서는 1970년대 한국 미술계에서 단색조 회화를 중심으로 전개된 한국 고유의 추상미술 흐름을 다룬다. 반복과 절제, 여백과 물성의 긴장 속에서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모색하며 ‘한국적 미니멀리즘’이라는 독자적 언어를 구축해 나갔던 시기를 이우환의 <점으로부터>(1973), 이동엽의 <상황 B>(1974)를 포함해 박서보, 하종현 등의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박현기, 〈무제〉, 1980, 단채널 영상, 흑백, 무음, 2분 47초
8부 두 번째 작가의 방 ‘청다색, 천지문: 윤형근(1928–2007)’에서는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며 침묵과 절제의 회화를 구축한 윤형근을 만난다. 기하학적 추상의 가능성을 탐색했던 <69-E8>(1969)부터, 청색과 암갈색의 물감을 혼합하고 수차례 덧칠해 존재의 본질과 인간의 고통, 숭고를 담아낸 <청다색>(1976-1977), <청다색 86-29>(1986) 등 대표작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윤형근의 예술세계와 공명하는 사운드를 통해 깊은 몰입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정재일 음악감독과 협업한 플레이리스트를 전시 공간에서 함께 선보인다.
9부 ‘한국화의 새로운 전환’에서는 1980년대 전통과 현대, 수묵과 채색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던 한국화를 박생광의 <무속 4>(1980), 천경자의 <누가 울어 2>(1989), 이종상의 <묵희–쇄쇄진효>(1986), 황창배의 <20-1>(1987)을 비롯해 이숙자, 민경갑, 이왈종, 서세옥, 송영방 등의 주요 소장품으로 소개한다.
윤형근, 〈청다색 86-29〉, 1986, 캔버스에 유화 물감, 300×150(×2)cm
10부 ‘형상의 회복과 현실의 반영’에서는 추상 일변도의 미술 경향에서 벗어나 형상성의 회복을 통해 당대 현실을 반영하려는 예술 실천이 본격화되었던 1980년대 흐름을 조망한다. 김강용의 <현실+장 79>(1979), 이석주의 <일상>(1985), 서용선의 <청계천에서>(1986-1989)와 신학철의 <한국근대사-종합>(1982-1983) 등 미술의 다원성과 사회참여 미술의 확장을 이끈 시기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11부 ‘동시대를 향하여’에서는 민주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동시대 미술로 전환하게 된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한다. 개념적 접근으로 사물과 언어, 실재와 이미지의 간극을 드러내며 관객의 사고를 자극하는 박이소의 <삼위일체>(1994), 안규철의 <그 남자의 가방>(1993), 김범의 <무제(닭 요리하기)>(1991)와 영상, 설치,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스펙트럼을 확장한 육근병의 <풍경소리+터를 위한 눈 199501>(1995), 김수자〈마음과 세계〉(1991) 등을 선보인다. 또한 1990년대 후반 사이보그 시리즈를 시작으로 기술과 신체의 결합, 미래적 존재에 대한 탐구로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아 온 이불의 대표작 <스턴바우 No. 23>(2009)가 2025년 신소장품으로 수집되어 처음 선보여진다.
이성자, 〈극지로 가는 길 83년 11월〉, 1983, 캔버스에 아크릴릭 물감, 129×194.5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전시와 함께 다양한 연계프로그램과 교육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청소년을 위한 ‘MMCA 하이라이트’, 장애통합학급을 위한 ‘함께 보는 미술관 한 작품’이 진행되며, 매월 전시 연계 강연도 개최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향후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mm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앞서 개막한 1부와 함께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조망하는 상설전시를 통해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한국미술의 역사와 가치를 전하고,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시대 한국미술의 근원을 살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