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 한국화는 지금 위기인가, 기회인가?
작년에 이어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주관으로 올해 5월 청전 이상범가옥에서 개최된 ‘한국 근대미술 세미나’는 사조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미술인에게 잠시 숨을 고르며 근대미술사를 통해 현대미술의 방향성을 모색해 보는 계기였다. 이번 세미나는 역사적 흐름에 따른 근대미술의 발전과 한계를 살펴보고 굴곡 속에 이어진 한국화가 과연 시대정신이 반영된 정체성을 확립하였는가?에 화두를 던졌다고 평해본다.

청전이상범가옥 ‘한국근대미술 세미나’
근대기에 한국화란 용어는 청강 김영기 화백이 1954년 서울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최초로 언급한 것으로 과거 식민지 문화를 청산하고 한국적인 화풍을 지향하자는 뜻으로 주장한 이래 정설로 이어져 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1982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동양화를 한국화 부문으로 지칭한 것이 변화의 시발점이 되어 각종 전람회, 회고전, 기획전 등에서 ‘한국화’란 용어가 미술계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를 맞서 미술의 경향 및 장르, 화풍이 다양화·융합화를 거치는 이때 ‘한국화’도 진솔한 담론을 통해 새로운 정의와 정체성을 고민해야 한다. 그림 앞에 국적이 붙는 그 자체가 한국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과 작가의 창의력에 족쇄가 되지 않을까. 현재 한국화단은 전통화에 머물지 않고 서양 재료와 미디어아트, 설치미술까지 회화를 구분하는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사상·철학까지도 자유롭게 넘나든다. 따라서 한국화를 상위 개념인 회화 범주에 두고 그 아래 묵화(墨畫)와 양화(洋畫)로 구분하여 하위로 조정하며 논의가 시작되면 수월하게 정리된다고 본다. 그림 또한 작가가 붓과 먹을 가지고 우리 한지에 수묵이든 채묵이든 어떤 재료를 더하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한국적인 멋과 맛을 표현하면 된다. 한국화가 위기인지 기회인지는 오롯이 작가의 창의적인 역량에 달려있다. K-Painting! 우리는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