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련의 관계들의 조합으로 감각하며, 의식하며, 소통한다>는 주제로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으로 감각되는 모든 것들을 화면에 그림으로 풀어내는데에 집중했던 작가는 2021년부터는 <빛의 잔상 -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 속의 이미지들, 잔상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나는 무엇인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작가를 오랫동안 사로잡고 있는 주제입니다. 분명히 내 눈으로 본 것이고 내 머릿속에 남아있지만 내 눈으로는 이제 볼 수 없는 기억 속의 이미지들을 내 눈 앞으로 다시 끄집어 내는 일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그려내는 일을 하면서 작가는 존재의 이유를, 삶의 이유를 찾아갑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한 달 동안 레지던시 생활을 하며 경험한 제주의 자연이 작가에게 남긴 강렬한 잔상을 선보입니다. 작가가 온 몸으로 감각하고 기억하는 곶자왈의 잔상이, 용눈이 오름의 억새와 바람의 잔상이, 제주 대숲의 잔상이, 숙소 앞에서 바라보았던 바다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이미지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주는 제주 바람의 잔상이 우리의 존재를 자극합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인데도 본 것 같고, 여러 번 본 풍경인데도 처음 보는 풍경 같습니다. 생각과 실재가, 상상과 현실이 묘하게 공존하는 문기전 작가의 잔상에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우리의 건강한 삶을, 자연스러운 삶과 죽음을 보고 느낍니다. 확실하지 않은 듯 하지만 확실한, 확실한 듯 하지만 불확실한 우리의 존재가 특별하고 소중해집니다.
우리의 온몸이 감각하고 기억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은 참으로 경이롭고 경외롭습니다.
수목금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문 활짝 열려 있습니다.
월화공휴일은 쉬어갑니다.
지금, 삼청동이시라면.
2025. 5. 9. Fri - 5. 25. 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