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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는 이들을 위한 노래, Nocturne

  • 전시분류

    미술제

  • 전시기간

    2025-08-29 ~ 2025-10-29

  • 참여작가

    곽아람, 권세진, 권소영, 나지수, 노한솔, 로지은, 박예림, 박지영, 양지오, 유초원, 윤준영, 이은경, 이은지, 이해천, 장우길, 정덕현, 조민아, 현승의, 황규민

  • 전시 장소

    국립목포대학교박물관

  • 유/무료

    무료

  • 문의처

    061-450-2882

  •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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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박물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연계전시 《잠들지 않는 이들을 위한 노래》 개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기간 내 개최(2025.8.29(금) ~ 10.29(수))
수묵을 기반으로 한 회화·입체·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젊은 작가 19인 참여
전통 수묵의 미학과 동시대 철학적 사유가 교차하는 장(場) 마련

국립목포대학교박물관(전남 무안군 영산로 1666)은 오는 8월 29일부터 10월 29일까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기간에 맞추어 연계전시 《잠들지 않는 이들을 위한 노래》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수묵화의 전통적 미학을 현대적으로 확장하는 39세 미만 젊은 작가 19인의 작품을 선보이며, 회화와 입체, 설치 등 다양한 장르 속에서 동시대 수묵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은 “수묵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다. 전통 매체인 먹과 종이는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지만,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감각을 수용하는 열린 매체이다. 참여 작가들은 이 이중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통적 어법을 충실히 계승하거나 해체하고, 나아가 새로운 언어로 재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수묵은 단순한 재료적 차원을 넘어, 기억과 망각, 구상과 추상,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장으로 변모한다.

전시 제목 <잠들지 않는 이들을 위한 노래>는 이러한 맥락을 담아낸다. 과거는 이미 사라졌지만 여전히 현재 속에 스며들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나 그림자처럼 우리 앞에 드리워져 있다. 작품 속 수묵의 흔적은 바로 그 ‘유령적 존재’로서 현존과 부재 사이를 오가며, 익숙한 시간의 질서를 불안하게 흔든다. 그러나 이 불안은 단절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힘으로 작용하며, 과거의 형식과 현재의 감각이 미끄러지듯 교차하는 지점에서 동시대 수묵의 확장된 풍경이 펼쳐진다.

먹의 번짐과 붓의 흔적, 종이의 결은 단순한 미적 장치가 아니라 삶과 죽음, 부재와 현존이 교차하는 철학적 사유의 장이다. 참여 작가들의 실험은 “형태를 구하되 형태에 머물지 않는다”는 수묵의 본질을 새롭게 증명하며, 동시대 미술 속에서 수묵이 지닌 잠재력을 다시금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을 고정된 과거가 아닌, 현재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미완의 사건으로 바라보게 하며, 아직 도래하지 않은 자유와 창작의 가능성을 사유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본 전시는 예술경영지원센터 「2025 신진작가 전시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개최되며, 전시 기간 중에는 목포대학교 재학생과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워크숍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잠들지 않는 이들을 위한 노래>는 비엔날레 기간 동안 전남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수묵이 지닌 깊은 사유와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 도전이 어우러진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




◇ 전시명: 잠들지 않는 이들을 위한 노래, Nocturne
◇ 일시: 2025년 8월 29일(금) ~ 10월 29일(수) (10월 6일, 10월 7일 휴관)
◇ 장소: 목포대학교 박물관 1층
◇ 관람료: 무료
◇ 전시작품: 한국화, 동양화 전공의 39세 미만 19명 작가의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 약 70여점
◇ 참여작가: 곽아람, 권세진, 권소영, 나지수, 노한솔, 로지은, 박예림, 박지영, 양지오, 유초원, 윤준영, 이은경, 이은지, 이해천, 장우길, 정덕현, 조민아, 현승의, 황규민

◇ 기획: 시스터후드
◇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 협력: 국립목포대학교박물관 전라남도문화재단 전라남도관광재단






 

곽아람, Look From Above 4, 2022, 장지에 수묵 채색, 130.5x191cm

곽아람 작가는 동양화의 전통 재료와 기법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 속 인간의 불안과 심리를 그려왔습니다. 장지와 먹, 안료를 사용해 수많은 붓질과 층위로 완성된 화면은 개인과 사회, 그리고 외부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심리적 흔들림을 시각화합니다. 
최근 작가는 위성사진에서 착안한 독특한 시점을 통해, 인간이 거대한 사회·환경 속에 놓인 작은 존재임을 성찰합니다. 멀리서 내려다본 풍경은 도시의 구조와 삶의 흔적을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하며, 우리에게 거리두기와 사유의 시선을 제공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전통과 현대, 심리와 풍경, 개인적 불안과 보편적 현실이 교차하는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마치 레고 블록처럼 단순화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인간의 서사와 감정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작가적 시선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속한 세계를 다시 바라보고, 그 안에서의 위치와 관계를 차분히 성찰하게 됩니다.
 

 

권세진, 두개의 파도 2 Wave, 2025, 캔버스, 한지에 먹, 145x112cm

권세진 작가는 한지와 먹이라는 전통 재료를 기반으로, 사진적 시점과 디지털 이미지를 결합해 시간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조각 그림’ 방식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직접 촬영한 풍경을 작은 단위로 나누어 그린 뒤 다시 조합하는 과정에서, 기억의 단편과 시간의 흔적이 화면 속에 축적됩니다. 
<두 개의 파도>는 서로 다른 파도의 흐름을 한 화면 안에 겹쳐 놓아, 이중의 시간과 공간을 시각화한 작품입니다. 먹의 농담과 번짐은 파도의 결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겹쳐진 물결의 모습은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한순간에 포개진 듯한 인상을 줍니다. 세로로 긴 구도는 파도의 움직임과 빛의 궤적을 강조하며, 순간성과 지속성이라는 상반된 시간성을 동시에 환기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화면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흐름 속에 스며든 시간의 밀도와 기억의 층위를 전합니다. 우리는 이 파도의 결 속에서 자신의 경험과 시간을 겹쳐보며, 현대 수묵이 전통적 자연의 이미지와 동시대적 감각을 어떻게 접목하는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권소영, 영원한 숨결, 2024, 한지에 수묵, 97×291cm

권소영 작가는 전통 수묵 기법과 현대적 공간 감각을 결합해,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포착한 미묘한 감정과 기억을 화면에 담아냅니다. 먹의 중첩과 번짐, 점과 선의 집적은 빛과 바람, 미세한 움직임이 살아 있는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전통이 지닌 깊이와 여백의 미를 이어가면서도, 관찰자의 시선이 머무는 세밀한 순간과 내면의 울림을 동시대의 시각으로 확장합니다.
<영원한 숨결>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유기적인 흐름을 가까이에서 마주한 장면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화면을 가득 메운 잎과 빛의 결은 서로 스며들며,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맞닿는 지점을 드러냅니다. 전통 산수화가 먼 경관 속의 이상적 자연을 담았다면, 이 작품은 자연 한가운데서 호흡하며 경험한 생생한 감각을 시각화합니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영원한 숨결’이라는 제목처럼, 순간 속에 깃든 영속성과 존재의 흐름이 현대 수묵의 언어로 화면 위에 새롭게 펼쳐지는 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나지수, 이름으로부터, 2022, 장지위에 수묵 수간 채색, 162x130cm

나지수 작가는 전통 수묵의 기법을 빌리면서도 ‘영원’과 ‘불변’을 지향하는 전통적 문법 대신, 동시대의 유한성과 관계의 역학을 탐구합니다.
<이름으로부터> 속 인물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히고 풀리며 서로의 몸을 스치지만, 완전히 겹쳐지지 않은 채 존재합니다. 이는 개인의 삶이 고립된 듯 보여도 역사적·사회적 조건 속에서 필연적으로 관계 속에 놓여 있음을 드러냅니다. 그 안에는 인류의 연대와 공생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관계가 남기는 감각적·정서적 흔적을 기록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먹과 담채가 층층이 쌓인 화면은 개인과 집단, 나와 너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에서의 공존과 불안을 담아내며, 전통 산수화가 이상화한 자연 대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 공동의 위기를 시각화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대 수묵이 과거의 보수적 형식을 넘어, 동시대의 관계성과 감각을 반영하며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인물들의 미묘한 거리와 연결을 현대 수묵의 언어로 풀어내어, 동시대적 현실을 화면 속에 자연스럽게 담아냅니다.
 



노한솔, 표준을 위한 체계적인 훈련방법들, 2022, 장지에 먹과 스프레이, 150x150cm

노한솔 작가는 일상에서 접하는 정보·이미지·언어가 우리의 인식과 판단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탐구합니다. 작가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언어가 단순한 전달 수단을 넘어 시각적 이미지로서 기능한다고 바라보고, 장지에 먹과 스프레이, 텍스트를 결합하여 화면을 구성합니다. 익숙한 표지판, 경고문, 광고 문구 등을 화면에 배치하거나 변형함으로써, 고정된 의미와 정의의 경계가 흔들리는 순간을 표현합니다.
<표준을 위한 체계적인 훈련방법들>은 전면을 향해 걸어오는 강아지 모습과 다섯 개의 지침문으로 구성됩니다. “반응해주지 않는다”, “쳐다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간다”와 같은 지시문은 행동을 규율하는 매뉴얼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관람객에게 그 규율의 필요성과 목적을 되묻고 있습니다. 또한 먹의 번짐과 스프레이의 질감은 전통 수묵의 여백과 농담을 현대 사회의 심리적 긴장과 결부시키며, 회화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사회적 맥락과 인식 구조를 해체하는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이 노한솔의 작업은 전통 한국화의 물성과 기법을 유지하면서도, 동시대의 규율, 관계 등을 비판적으로 담아내어 현대 수묵이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서사와 언어를 제안합니다.

 


로지은, 다시 만난 세계, 2022, 장지에 먹, 분채, 143x119.3cm

로지은 작가는 전통 문인화의 사의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동물과 자연을 의인화해 인간의 삶과 감정을 표현해왔습니다. <다시 만난 세계> 속 병아리와 알, 그리고 화면 상단의 어미 닭은 단순한 생태 장면을 넘어 관계와 순환, 탄생의 은유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먹과 분채가 스미고 번지는 장지의 질감을 살려 부드러운 선과 은은한 색감으로 생명의 여린 순간을 포착합니다. 동물의 시선과 몸짓은 인간의 표정처럼 감정을 환기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화면 속 존재와 자연스럽게 교감하게 합니다.
전통 산수화가 자연의 이상과 장엄함을 노래했다면, 로지은의 수묵채색은 일상의 평범한 풍경 속에서 공감과 연민, 유머를 이끌어냅니다. 그는 먹의 농담과 번짐을 활용해, 순간마다 변하는 감정의 흐름을 솔직하게 담아냅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동양화의 형식을 엄격히 답습하기보다 그 경계를 확장하며, 현대적 감각과 서정을 더하는 시도로 이어집니다.
생명의 탄생과 관계의 시작을 담은 <다시 만난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순간의 온기를 재미있게 전하는 동시에 전통적 매재와 기법이 오늘날의 시선과 결합해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와 정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박예림, Bridging , 2024, 한지에 먹과 모래, 58x104cm

박예림 작가는 전통 수묵의 필법과 여백 개념에 모래의 물성을 결합해 독자적인 화면을 구축합니다. 〈Bridging〉에서 화면을 가로지르는 흐름은 바람에 쓸린 사구나 퇴적층을 연상시키며, 고체와 액체, 고정과 변화의 경계를 오가는 자연의 움직임을 담아냅니다.
작가는 한지를 바닥에 두고 투명한 판 위에서 순간적으로 그어진 먹의 획을 찍어낸 뒤, 묽게 번진 먹이 바탕지의 결을 따라 스며들게 합니다. 그 위에 모래를 덧입히고 다시 털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종이, 모래, 먹의 결을 교차시킵니다. 이러한 겹침은 서로를 가리고 드러내며, 마치 모래밭 위에 직접 붓질한 듯한 깊이와 착시를 만들어냅니다.
〈Bridging〉은 전통 수묵이 자연을 재현하는 단계를 넘어, 자연이 생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화면에 구현합니다. 먹의 번짐과 모래의 질감은 바람과 물, 시간의 흐름을 떠올리게 하며, 정지된 이미지 속에서도 지속적인 운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이처럼 박예림 작가는 전통적 재료와 기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재현의 범위를 확장하고, 수묵이 오늘날에도 살아 있는 창작 언어로 변주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박지영, 새로운 세계, 2024, 한지에 먹, 호분, 163x130cm

박지영의 작업은 작업실 한편에 모아둔 먹 찌꺼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굳어버린 찌꺼기는 작가에게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시간과 환경이 만들어낸 고유한 조형이자 쓸모와 무용, 현재와 과거가 맞닿는 경계에 놓인 존재였습니다. 초기에는 이 찌꺼기들을 작품 표면에 직접 부착했지만, 최근에는 그 형태가 지닌 추상성을 회화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의 화면 속 형태는 콜라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먹과 호분, 아교로 그려진 것으로, 이는 관람객이 한 걸음 다가와 표면의 경계를 살피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날카롭게 찢긴 듯한 선과 부드럽게 퍼진 덩어리들이 서로를 가로지르고 겹치며, 사라진 사물의 기억과 잔상을 시각적으로 떠올리게 합니다.
박지영 작가는 전통 수묵의 재료와 여백 개념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재현의 대상을 자연 풍경에서 사물의 잔여와 추상성으로 옮겨옵니다. 〈새로운 세계〉는 전통 수묵의 미학과 현대적 시선이 만나는 자리에서, 버려진 것에서 어떻게 새로운 형상이 태어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전통과 현대, 물성과 개념이 서로 스며드는 지점을 이야기합니다.
 



양지오, 건조한 땅, 2025, 장지에 채색, 162.2x130.3cm

양지오 작가는 장지와 수묵, 채색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내면적 휴식과 위로의 공간을 섬세하게 그려왔습니다. 전통 재료의 물성을 살리면서도 화면을 액자형 무대처럼 구성하여, 현실과 비현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현실적 장면을 연출합니다.
작품의 출발점은 종종 여행지에서의 기억이지만, 작가가 궁극적으로 담아내는 것은 다원화된 현대 사회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가 주는 부담과 피로,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 홀로 숨쉴 수 있는 은신처에 관한 것입니다. 이는 안전하고 고요한 휴식처이자 심리적 방어막으로 기능하는 상상의 장소로 사건이 일어날 수도, 혹은 아무 일도 없을 수도 있는 열린 상태로 표현됩니다.
화면 속 푸르고 어둑한 덤불, 냉기를 머금은 물, 이질적인 사물의 병치는 자연적 풍경 속 작은 균열을 만들며 관객의 상상을 자극하는데, 특히 평면적인 색면 처리와 저채도의 색감은 고요함 속에 은근한 긴장감을 더하곤 합니다.
현대 수묵의 관점에서 볼 때, 양지오의 작업은 전통 수묵화의 미감과 현대적 연출이 만나는 지점에서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 그리고 잠시 숨 고를 수 있는 내면의 공간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인상적으로 보입니다.


 

유초원, Where the Line Remains, 2025, 장지에 잉크, each. 28x24cm (18 works)

유초원 작가는 일상 속에서 쉽게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마른 수풀을 응시하며, 그 안에 깃든 자연의 세밀한 결과 생명의 흔적을 포착합니다. 먹을 마른 가지에 적셔 번짐과 농담을 조율하는 기법으로, 건조하고 앙상한 질감을 사실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인간 존재의 불안과 치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기억을 추상적 화면에 담아냅니다. 여기에서 사용된 거칠고 건조한 재료는 고착된 감정과 단절된 내면 풍경을, 수풀 속 얽힌 선들은 불안정한 감정 구조와 멈춰버린 시간의 결을 은유합니다. 
이처럼 단순한 형상의 재현을 넘어, 감정과 사유, 감각의 흐름을 물질성과 결합시키려는 작가의 시도는 동양화가 지닌 사유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윤준영, There, 2019, 장지에 먹, 채색, 콩테, 110x100cm

윤준영은 도시와 자연, 인간 내면이 맞닿는 경계의 풍경을 그려왔습니다. 건축물과 섬의 이미지를 결합해 고립과 관계를 사유하게 하며, 화면 속 건물과 창, 나무와 숲은 사건을 재현하기보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놓인 상태와 그 사이의 긴장을 드러냅니다.
그는 한지 위에 먹과 콩테, 채색을 사용해, 검은 바다 위의 흰 집이나 무성한 숲 사이의 빈 공간처럼 어둠과 빛, 정적과 움직임이 교차하는 장면을 구현합니다. 이는 사회와 자연, 개인 내면의 긴장을 시각화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과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특히 ‘달’은 상실과 회복, 고요와 변화의 가능성을 함께 품으며, 시간과 감정의 흐름을 은유합니다.
그의 작업은 전통 재료와 기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산수나 사의적 감흥에 머물지 않습니다. 먹의 농담과 여백은 단절과 연결, 불안과 회복이 공존하는 심리적 풍경으로 변주되며, 이는 전통의 계승이자 주제의 확장을 의미합니다. 윤준영은 수묵을 단순한 양식이 아닌, 오늘날의 사회·심리적 담론 속에서 작동하는 현재적 언어로 재해석하며, 동시대 회화 속에서 수묵의 표현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은경, 은경씨 회사에 그런 옷을 입고 오면 어떡해요, 2023 , 순지에 먹, 젯소, 수채물감, 123x75cm

이은경의 작품은 집단 속에서 요구되는 이상적인 틀과, 그에 부합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긴장과 불화를 담아냅니다. 특히 「은경씨 회사에 그런 옷을 입고 오면 어떡해요」 속 주인공은 과장된 신체와 표정, 왜곡된 비례로 묘사되어, 주변의 시선과 차별 구조를 드러내는 매개가 됩니다. 작품의 제목은 직장에서 흔히 들릴 법한 말투를 차용해, 타자를 규정하고 경계짓는 사회적 언어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또한, 순지 위에 먹, 젯소, 수채물감을 사용한 화면은 전통 수묵의 질감과 여백을 바탕으로, 강한 명도 대비와 젯소의 표면 효과를 더해 현대적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 인물의 불안과 내면의 진동이 섬세하게 드러나며, 관람자는 그 심리적 결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은경 작가는 자신이 직접 겪은 불화의 경험을 자기만의 조형언어로 전환시키는 접근을 통해 전통 재료와 기법을 오늘의 사회적 담론과 결합시키며, 수묵이 현대 미술 안에서 어떻게 새로운 발언과 시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은지, 덩굴///실행.기대다.상호 , 2022 , 한지에 흑연, 담채, 자석; 화첩 , 가변크기

이은지 작가는 존재와 의미, 허상과 믿음, 그리고 매체의 변형 가능성과 생성성을 탐구하며, 주재료인 종이가 지닌 유연하고 변용성이 높지만 쉽게 변질되는 속성을 활용해 단단한 대상을 종이로 구현합니다. 그래서 부드럽고 파괴되기 쉬운 종이를 강인한 바위로 만들기도 하고, 변색된 종이를 빛과 시간의 흔적을 품은 작품으로 전환하며 종이의 물성과 가능성을 확장해왔습니다.
이번 출품작은 10년 동안 로드뷰로 관찰한 덩굴의 모습을 열두 장면으로 엮은 작업입니다. 작가는 한 장의 종이를 하나의 찰나로 삼아, 과거 이미지를 차례로 배접하며 흔적을 켜켜이 쌓아갑니다. 이렇게 모인 종이 조각들은 하나의 화첩이 되어 전시장 안에서 가변적으로 펼쳐지고, 덩굴처럼 공간 속에서 새로운 인상을 만들어냅니다.
한지와 담채를 바탕으로 하되 흑연과 자석을 결합해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설치로 확장된 이 작품은, 종이 위에 스며든 번짐과 채색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관찰의 지속성을 드러냅니다. 겹겹이 쌓인 표면은 자연과 기억이 중첩되는 과정을 품고 있으며, 덩굴의 성장과 변화는 화면 속에 머무르지 않고 공간에서 재배치되며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전통 회화가 지닌 ‘대상 재현’의 틀을 넘어, 관찰과 기록, 변형을 거쳐 수묵을 시간과 공간, 그리고 관계가 교차하는 현대적 매체로 새롭게 제안합니다.


 

이해천, 약탈자들 , 2021 , 장지에 채색 , 91x116.8cm

<약탈자>는 먹이를 뜯는 독수리 무리와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는 한 마리의 독수리를 통해 자연 속 약육강식의 풍경을 담아냅니다. 부리와 깃털, 바위의 질감은 거친 마티에르와 강렬한 붓질로 표현되어, 긴박하면서도 원초적인 생존의 순간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작가는 동물을 단순한 짐승이 아니라, 의사 표현이 제한된 또 다른 형태의 인간으로 바라봅니다. 동시에 인간 또한 언어와 사고가 발달했을 뿐, 결국 하나의 동물이라는 시선으로 두 존재의 경계와 닮음을 작품 속에 녹여냅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동물과 인간이 겹쳐 보이는 찰나를 포착하여 관람객으로 하여금 생존과 관계,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이면을 자연스럽게 성찰하게 만듭니다

 

장우길, 같은 시간_결속 , 2024 , 장지에 채색 , 73x51cm

장우길 작가는 시간, 생명, 변화의 흐름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해 회화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모든 존재가 탄생과 소멸을 거치지만, 그 끝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이어지는 순환의 일부라고 바라봅니다. 
이번 작품 <같은 시간_결속>은 마른 풀, 타다 남은 향, 돌, 시든 꽃, 그리고 손이 하나의 끈으로 이어진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얼핏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것들이지만, 모두 같은 시간 속에서 찰나를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에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구성을 통해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로서 변화와 순환 속에 놓여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장지 위에 정밀하게 그려진 사물들은 고요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지니며, 서로 다른 결이 한 축으로 모여 하나의 균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생(生)의 시간과 관계,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됩니다.


 

정덕현, 강박이 있는 정물, 2020, 종이에 연필, 먹, 호분, 겔미디엄, 91x91cm

정덕현 작가는 회화를 이미지를 생산하는 기술이자 의미를 부여하는 장으로 바라보며, 동일한 형상 안에서 감상자의 시선과 맥락에 따라 변주되는 해석의 가능성에 주목해 왔습니다. 그의 작업은 특정 주제를 고정된 의미로 전달하기보다, 같은 화면이 어떻게 다른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지 실험하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이번 <OO이 있는 정물>연작은 이러한 태도가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작업입니다. 작가는 동일한 정물 이미지를 같은 구도와 색채로 그리고, ‘진실이 있는 정물’, ‘거짓이 있는 정물’, ‘혐오가 있는 정물’, ‘연대가 있는 정물’ 등 서로 다른 제목을 붙입니다. 관객은 변화 없는 형상 속에서 제목이 환기하는 정서와 생각의 차이를 경험하게 되며, 이는 회화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의미를 생산하고 전환하는 매체임을 드러냅니다.
작품에는 종이와 먹 등 동양화 재료가 사용되었지만, 전통 회화의 재현이나 수묵 표현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이러한 재료는 화면의 질감과 밀도를 형성하는 실험적 수단으로 작동하며, 회화와 해석의 관계를 보다 섬세하게 드러내는 매개가 됩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전통과 현대, 형상과 의미 사이의 유연한 경계를 탐색합니다.
 



조민아, 어딘가의 터전으로, 2025, 장지에 채색, 꼴라쥬, 142x200cm

조민아 작가는 분열과 연대, 갈등과 공존이 교차하는 현대 사회를 날카롭지만 동시에 부드러운 시선으로 포착합니다. 화면 속 인물들은 명확한 기승전결 없이 각기 다른 행동을 하며, 하나의 장면 안에서 부조리와 긴장, 그리고 연대의 가능성을 함께 드러냅니다. 평면적이고 담담한 묘사, 중간색 위주의 채색, 분채가 스며든 질감은 차분한 인상을 주지만, 그 안에는 부러진 나무 기둥, 출처를 알 수 없는 작은 공들, 전경 하단에서 불쑥 나타난 티팟을 든 손 등 불안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숨어 있습니다. 이러한 대비는 조용하지만 결코 평온하지 않은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이와 같은 장면 연출은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친숙했던 그림책과 만화의 서사성을 회화에 결합한 방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주연과 조연이 한 장면에 공존하고, 복수의 사건이 병렬적으로 전개되는 구성은 종교화나 기록화를 연상시키며, 관람자가 각 인물의 관계와 상황을 스스로 해석하도록 이끕니다.
이처럼 조민아 작가는 주변에서 마주하는 구체적 장면에 주목하며, 오늘날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침묵과 긴장을 화면에 담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고, 작품은 새로운 서사의 출발점이 됩니다.


 

현승의, 평범한 ■씨의 휴가 1, 2023, 장지에 혼합매체, 130x194cm

현승의 작가는 아름답게 포장된 표면 뒤에 감춰진 현실을 예리하면서도 절제된 시선으로 포착합니다. 화면 속 풍경과 사물들은 한눈에 보기에는 고요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자본주의적 개발, 역사적 상흔, 환경 파괴와 같은 불편한 현실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검정의 농담과 목탄과 파스텔이 만들어내는 깊은 밀도는 침묵 속에 북적이는 이야기들을 함축하며, 그 고요는 결코 평온하지 않은 세계를 드러냅니다. 
이와 같은 장면 구성은 작가가 제주도라는 공간에서 발견한 다층적인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관광지의 낭만적 이미지와 그 이면에 자리한 불편한 진실—무분별한 개발, 잊힌 기억, 배제된 목소리—을 병치하며, 관람자가 스스로 그 관계와 맥락을 해석하도록 유도합니다. 
또한 한지와 먹을 비롯한 동양화 재료의 사용과 원형 구도의 화면은 작품을 전통적이면서도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확장시키며, 기록화적 성격과 현대적 사회 비판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이처럼 작가는 현실의 모순과 불안을 응시하며, 동양화적 감수성과 사회적 성찰이 공존하는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현승의의 작품은 단순한 풍경이나 서사의 재현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복잡한 층위를 시각화한 기록이자 질문입니다. 

 


황규민, Beyond the Stones1, 2019, 한지에 수묵, 호분, 162.2×130.3cm

황규민 작가는 네팔의 산악 풍경 속에서 마주한 성스러운 돌과 그 위에 새겨진 주문, 그리고 이를 둘러싼 종교적·문화적 맥락을 회화로 재해석합니다. 네팔의 주민들은 ‘옴 마니 팟메 훔’이라는 티베트 불교의 짧은 주문을 돌에 새기고, 이를 왼쪽으로 돌며 손으로 만지면 하루의 일이 순조로울 것이라 믿습니다. 이 주문은 인도에서 티베트를 거쳐 동아시아까지 전파되었으며, 문자적 의미보다 신의 음성을 담은 ‘비의미의 공명’으로 작동하는 종교적 장치입니다.
작가는 이처럼 특정한 종교집단만이 이해하거나 전수할 수 있는 상징이 왜 히말라야 산길의 돌 위에 새겨져 있는지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그 돌을 단순한 물체가 아닌 ‘초월적 장치’로 바라보며, 이를 전시장 안으로 옮겨와 관객이 체험할 수 있는 화면을 구성합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물질적 대상이자 정신적 매개체인 ‘돌’을 동시대적 언어로 재해석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신앙과 이미지, 의미와 해석의 관계를 사유하도록 이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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